《바틀비, 서기관: 월스트리트 이야기》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한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던 필경사 바틀비가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라는 말로 업무와 일상을 차례로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조용한 사무실의 소소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한 인간의 침묵과 비협조가 주변 질서 전체를 흔드는 과정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이 작품이 중요한 이유는 ‘폭력’이나 ‘투쟁’이 아니라, 소극적인 거부만으로도 사회가 얼마나 쉽게 균열되는지 드러내기 때문이다. 효율과 생산성을 당연한 기준으로 삼는 세계에서, 설명되지 않는 개인은 어떻게 취급되는가—이 질문이 바틀비의 고요한 태도 속에서 끝까지 따라온다. 그래서 이 소설은 카프카나 베케트로 이어지는 현대 문학의 불안과 소외를 미리 품은 작품으로도 읽힌다.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과와 정상성의 언어가 모든 것을 재단하는 시대에, 바틀비는 “하지 않겠다”는 한 문장으로 우리가 외면해온 취약함과 고독을 들춰낸다. 짧지만 오래 남는 작품이다.
이 책은 영어 원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