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그리워하는 냉동어처럼
1940년 《인문평론》에 발표된 이 중편소설은 채만식이 온전한 작가적 자의식으로 쓴 마지막 작품이다. 일본인 여자 스미코를 사랑하게 된 식민지 지식인 문대영의 이야기는 표면적으로 남녀의 애정 도피 행각을 그리지만, 그 이면에는 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냉동어'는 일제 말 질곡 속에서 행동의 자유를 잃고 시체가 되어가는 지식인, 또는 조선인을 상징한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냉동어는 자유를 갈망하지만 얼어붙은 채 꿈틀거릴 수밖에 없는 식민지 조선의 자화상이다. 주인공과 냉동어를 겹쳐 놓으며, 채만식은 검열의 시대에 직접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렇게 우회해서 표현했다.
1939년 개성 독서회 사건으로 구금을 겪은 직후, 허무주의의 정점에서 쓰인 이 작품은 암흑기를 살아가야 했던 한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냉동된 물고기가 바다를 향수하듯, 이 소설을 통해 자유를 갈망했던 시대의 절절한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