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는 한낮의 뜨거운 여름 공기 속에서 시작된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고, 모든 것이 어제와 같다. 그것은 안온함일까, 답답함일까.
반복되는 하루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처럼 가슴을 짓누른다. 권태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다. 지루함과 공허, 무료함이 뒤섞여 만들어진 복잡하고 무거운 마음이다.
이상(李箱)은 그 순간을 일상의 틈에서 붙잡아, 인간 내면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고요함 속에 무기력을 잠시나마 느껴 보길 바란다.
어쩌면 권태는 느리게 깨어나는 바람처럼, 우리를 다른 곳으로 이끄는 전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