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은 자리에 새싹이 돋고, 찬바람 끝에 햇살이 스며드는 계절. 김유정의 단편 〈봄봄〉은 바로 그 순간을 닮았다.
한없이 순박하고 미련한 청년 ‘나’와 얄미울 만큼 능청스러운 장인 ‘봉필이’가 엮어내는 이 이야기는, 봄날의 들판처럼 웃음 속에 짙은 인생의 향기를 품고 있다.
겉으로는 농촌의 소박한 풍경과 유쾌한 해학으로 가득하지만, 그 밑에는 ‘인간의 욕망’과 ‘삶의 순환’이라는 날카로운 통찰이 흐른다. 장인은 사위를 부려먹으려고 결혼 약속을 미루고, 청년은 사랑과 분노 사이를 맴돌며 봄의 흙냄새 속에 묘한 감정을 키운다. 그들의 대화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에 김유정 특유의 입말과 풍자가 녹아 있다.
봄은 언제나 새로움을 약속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흔들어놓는 계절이다. 김유정은 바로 그 ‘흔들림’을 통해 인간의 솔직한 얼굴을 그린다.
이제, 봄바람에 실려 오는 흙냄새를 맡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