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눅눅한 거리가 사람들의 삶을 덮었던 1920년대.
식민지의 그늘 아래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던 서민들의 현실은 고단하고도 처절했다. 현진건은 희망이 사치가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도 인간의 온기와 비애를 <운수 좋은 날>에 담았다.
비 오는 날의 골목은 늘 같은 색이었다. 검은 물이 도랑을 타고 흐르고, 지게꾼의 신발 밑에서 진흙이 쩍쩍 붙는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게 반복될 터였다.
하지만 김 첨지는 오늘만큼은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손님이 많았고, 주머니는 묵직했으며, 세상은 잠시 그를 축복하는 듯했다. 그에게 오늘은 그저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거칠고 모순된 세상에서 ‘행운’은 늘 비극의 그림자를 끌고 다닌다. 웃음이 울음으로 바뀌는 김첨지의 하루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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