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조선의 젊은 작가 최서해는 세 번의 만주와 러시아 여행을 통해 실제로 굶주림과 추위, 이방인의 절망을 겪었다. 그 체험은 단순한 방랑이 아니라, 한 시대의 밑바닥을 온몸으로 통과한 체험이었다. 「탈출기」는 그 체험의 언어적 결실이자, 식민지 조선 청년들이 마주한 세계의 잿빛 초상이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도망치는 것도 용기이고 살아남는 것도 죄가 되던 시대가 보인다. 사람들은 하루를 버티기 위해 자신의 목숨과 존엄, 언어와 기억까지도 저당 잡히며 살아갔다. 최서해는 그런 시대를 정직하게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