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피어난 메밀꽃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다. 그 향기는 길을 걷는 이의 마음을 오래된 기억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시절, 조선의 산골길을 떠도는 장돌뱅이 허생원에게도 그 향기는 유난히 진했다. 평생 짐승처럼 짊어진 고독 속에서도, 메밀꽃이 흐드러진 밤이면 어딘가에서 사람 냄새가 풍겨왔다.
삶은 늘 고단하고, 세상은 불공평했다. 그러나 이효석은 그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보았다. 인간의 가난함을 감싸는 자연의 숨결, 그 안에서 피어나는 소박한 사랑과 운명 같은 만남. 그의 문장은 슬픔을 노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는 법을 보여준다.
밤길을 걷는 허생원의 발자국 위로, 달빛이 쏟아진다.
그 길을 함께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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