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인생》은 1930년대 조선, 대공황의 잔해 속에서 흘러가는 한 인간의 처지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단편이다. 이야기는 당대의 격변을 배경으로, 혁명이나 전쟁 같은 외적 사건 대신, 직장을 잃은 한 청년이 하루 동안 겪는 일련의 좌절과 방황을 좇는다.
신문지 위에서 잠을 청하고, 쪽지를 들고 구직처를 전전하는 주인공의 여정은, 가난이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값싼 ‘레디메이드’로 전락시키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채만식은 특유의 냉소와 유머를 통해, 식민지 조선의 도시 빈민이 처한 현실을 그려낸다. 희망이 사라진 시대, 가난은 체념이 아니라 일종의 전염병처럼 번져 나가며, 인간성마저 위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