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역로〉는 해방 직후, 패전한 일본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한 조선 지식인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는 거창한 사건보다, 기차를 기다리고, 거리를 떠돌고, 호텔에 머무는 단조로운 일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고요한 일상 속에는 패전국 일본의 균열, 식민지 조선인의 애매한 처지, 그리고 이방인으로서의 불안이 서서히 스며든다.
오늘 이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한 시대의 무너짐 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찾으려 했던 한 인간의 고요한 기록과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